올해 1월,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와 방콕에 다녀왔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 하나는 음료·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상품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콕에서 열리는 디자인페어에 참가하는 몇 팀을 꼭 만나고 싶어서였으며, 마지막은 휴가였다. 2020년 코로나와 함께 창업한 이후로 해외여행은커녕 여유롭게 어딘가를 여행해본 기억이 없었다. 쉴 겸 공부할 겸 일할 겸 둘러볼 겸 다녀오자는, 이른바 ‘겸사겸사 워케이션’이었다.
3시간 이상 비행을 할 경우, 나는 보통 소설책 한 권을 챙긴다. 이번에는 선물 받은 책을 한 권 챙겼는데, 지역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 모 대표님 소유의 책이었다. 책 앞장엔 자신의 오래전 기억과 세월이 담긴 메모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책을 물려받아 읽을 때면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느낌이 들었다. 흥미로운 기분과 동시에 여행지를 같이 걷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시차를 달래며 태국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건조한 기내 환경으로 눈이 침침해질 때쯤 나는 잠이 든다. 비행기에서 잠이 들면 꿈 속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춘천에서, 소양하다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윤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낯선 글를 쓰고 있는 사람 A 이거나, 타국의 바다에서 서핑샵을 하고 있는 B이기도 했다. 꿈 속에서 나는 조금의 이질감도 느끼지 못한 채 그 인물로 살아가곤 했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북바인딩을 하는 공예가이자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꿈을 잠깐 꾸었다. (아마 미리 예약해둔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태국에서 나는 2주 동안 체류했다.
단기 여행이 아니다보니 이벤트 중심권역보다는 살짝 떨어진 생활권에 거주했고, 주기적인 세탁과 간단한 먹거리 조달을 위해 코인 빨래방과 새벽시장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차적응이 필요 없는 유럽인들(유흥을 목적으로 온 이들은 시차적응이 필요없다) 보다는 워케이션, 디지털노마드를 실천하는 사람들 & 태국인들과 주로 교류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태국어 기초 회화’, ‘태국어 숫자읽기’ 등을 반복 학습하게 되었다.
태국에서의 일상은 최근 한국에서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했다. 새벽에 일어나 파머스마켓을 구경하고, 이틀 이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특이한 로컬 음료를 구매한다. 신선한 아침을 먹고 복귀한 뒤, 인사이트를 주는 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세금처리, 아이데이션, 기획 등)을 처리한다. 점심 이후엔 주로 근처 편집샵,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사업장을 방문한다. 저녁엔 산책을 하거나 로컬 뮤지션이 공연하는 재즈바에서 시원한 로컬맥주와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심플하면서도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친밀한 이방인으로 이완되고 있었다.
춘천에서도 이런 삶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체험 호스트였던 Nutth에 의하면, 치앙마이 매력은 ‘고유성’과 ‘개방성’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누가 와도 폐쇄적이지 않음과 동시에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소양하다를 보여주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최근 한국의 로컬크리에이터 동향, 요즘 고민되는 지점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체험 스팟마다 호스트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고, 프로그램 종료 후 꼭 가보면 좋을 것 같은 샵들과 카페, 문화공간 등을 별도로 정리하여 보내주었다. 치앙마이라는 도시가 ‘여행지’에서 ‘다시 오고 싶은 지역’으로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춘천은 매년 살고 싶은 도시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조사에서 춘천은 223개 기초자치단체 중 3위를 차지했다. 이유는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고, 자연이 아름다우며,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수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닭갈비 막국수와 같은 대표적인 향토음식에 더불어 빵/커피/디저트 등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한 F&B 매장을 운영 중인 큰 몫을 하고 있다. 치앙마이와 춘천은 분명 색이 다르겠지만, 춘천 또한 친밀한 이방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 근처엔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지만, 춘천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친밀한 이방인’들이 많다. 그들이 춘천을 좀 더 좋아하고, 떠나는 열차 안에서 아쉬움에 뒤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비단 큰 리조트와 호텔, 대규모 공간 때문에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발걸음이 자주 닫는 곳에는 늘 마음이 묻어있다.
올해 1월,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와 방콕에 다녀왔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 하나는 음료·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상품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콕에서 열리는 디자인페어에 참가하는 몇 팀을 꼭 만나고 싶어서였으며, 마지막은 휴가였다. 2020년 코로나와 함께 창업한 이후로 해외여행은커녕 여유롭게 어딘가를 여행해본 기억이 없었다. 쉴 겸 공부할 겸 일할 겸 둘러볼 겸 다녀오자는, 이른바 ‘겸사겸사 워케이션’이었다.
3시간 이상 비행을 할 경우, 나는 보통 소설책 한 권을 챙긴다. 이번에는 선물 받은 책을 한 권 챙겼는데, 지역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 모 대표님 소유의 책이었다. 책 앞장엔 자신의 오래전 기억과 세월이 담긴 메모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의 책을 물려받아 읽을 때면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느낌이 들었다. 흥미로운 기분과 동시에 여행지를 같이 걷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시차를 달래며 태국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건조한 기내 환경으로 눈이 침침해질 때쯤 나는 잠이 든다. 비행기에서 잠이 들면 꿈 속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다. 춘천에서, 소양하다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윤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낯선 글를 쓰고 있는 사람 A 이거나, 타국의 바다에서 서핑샵을 하고 있는 B이기도 했다. 꿈 속에서 나는 조금의 이질감도 느끼지 못한 채 그 인물로 살아가곤 했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북바인딩을 하는 공예가이자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꿈을 잠깐 꾸었다. (아마 미리 예약해둔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태국에서 나는 2주 동안 체류했다.단기 여행이 아니다보니 이벤트 중심권역보다는 살짝 떨어진 생활권에 거주했고, 주기적인 세탁과 간단한 먹거리 조달을 위해 코인 빨래방과 새벽시장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차적응이 필요 없는 유럽인들(유흥을 목적으로 온 이들은 시차적응이 필요없다) 보다는 워케이션, 디지털노마드를 실천하는 사람들 & 태국인들과 주로 교류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태국어 기초 회화’, ‘태국어 숫자읽기’ 등을 반복 학습하게 되었다.
태국에서의 일상은 최근 한국에서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했다. 새벽에 일어나 파머스마켓을 구경하고, 이틀 이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특이한 로컬 음료를 구매한다. 신선한 아침을 먹고 복귀한 뒤, 인사이트를 주는 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세금처리, 아이데이션, 기획 등)을 처리한다. 점심 이후엔 주로 근처 편집샵,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사업장을 방문한다. 저녁엔 산책을 하거나 로컬 뮤지션이 공연하는 재즈바에서 시원한 로컬맥주와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심플하면서도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친밀한 이방인으로 이완되고 있었다.
춘천에서도 이런 삶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체험 호스트였던 Nutth에 의하면, 치앙마이 매력은 ‘고유성’과 ‘개방성’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누가 와도 폐쇄적이지 않음과 동시에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휴대폰을 열어 소양하다를 보여주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최근 한국의 로컬크리에이터 동향, 요즘 고민되는 지점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체험 스팟마다 호스트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고, 프로그램 종료 후 꼭 가보면 좋을 것 같은 샵들과 카페, 문화공간 등을 별도로 정리하여 보내주었다. 치앙마이라는 도시가 ‘여행지’에서 ‘다시 오고 싶은 지역’으로 변하는 순간들이었다.
춘천은 매년 살고 싶은 도시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조사에서 춘천은 223개 기초자치단체 중 3위를 차지했다. 이유는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고, 자연이 아름다우며,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수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닭갈비 막국수와 같은 대표적인 향토음식에 더불어 빵/커피/디저트 등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한 F&B 매장을 운영 중인 큰 몫을 하고 있다. 치앙마이와 춘천은 분명 색이 다르겠지만, 춘천 또한 친밀한 이방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 근처엔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지만, 춘천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친밀한 이방인’들이 많다. 그들이 춘천을 좀 더 좋아하고, 떠나는 열차 안에서 아쉬움에 뒤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비단 큰 리조트와 호텔, 대규모 공간 때문에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발걸음이 자주 닫는 곳에는 늘 마음이 묻어있다.